Wine & Bistro OOMPH가 위치한 동작구 상도동은 오래된 주택, 빌라와 재래시장 등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지역이다. 상도동 토박이로 평생을 살아온 클라이언트는 이 거리가 재개발로 인해 인간미를 잃기 전, 골목길 깊숙한 곳에 ‘특별한 매력을 가진 아지트’를 숨겨두고 싶었다. 언뜻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대로변에는 묘하게 시선을 잡아끄는 입구 너머로 비밀 통로와 같은 진입로가 나 있다. 통로 안쪽 깊은 곳에 무심히 놓여있는 바위는 하나의 오브제로, 또는 통행로의 소실점으로 작용하며 신비감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1950년대에 지어진 기존의 건물은 대로를 향하는 앞으로, 뒤로, 사방으로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은밀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사이트였다. 여기에 ‘비밀공간과 같은 아지트’를 모티브로 BLURKER에게 와인바를 의뢰한 클라이언트와, 이를 토대로 ‘비 내리는 밤’을 컨셉으로 제안한 디자이너는 협소한 부지 위에 특별한 매력을 지닌 와인바 OOMPH를 만들게 됐다. 출입로에서부터 그대로 끌어 들어온 듯한 소파 테이블은 레벨을 낮추고 외부 통로와 같은 벽돌로 바닥을 통일했고, 그 너머로는 단차를 주고 바 테이블, 일반 테이블을 배치했다. ‘비가 내리는 밤’이 컨셉이었던 만큼 한쪽 벽면에는 빗물이 타고 흐르는 듯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벽체를 연출했다.
바 테이블 너머로는 주방을 구성했고, 우측으로 조금 더 은밀한 분위기의 부스 공간을 두었다. 바 테이블과 부스 좌석 모두 각진 형태로 구분하기보다 둥근 아치 형태의 천장을 조성해 우산을 쓰고 있는 것처럼 아늑한 느낌을 자아낸다. OOMPH의 안쪽으로는 테라스 공간을 마련했는데, 주변 건물들의 외벽을 가리면서 동시에 공간의 컨셉에 알맞도록 비 오는 날 유리창에 김이 서린 듯한 모습을 표현했다. 대로변에 노출되어 많은 고객을 유입하기보다, 비가 내리는 밤, 아는 사람들만 찾아와 따뜻한 조명 아래 와인을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아지트. Oomph라는 단어가 그렇듯, 공간은 ‘특별한 매력’, ‘은밀한 매력’을 가진 와인바로 디자인됐다.
차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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